2007년 말에 기말고사 공부하다가 잠도 깰 겸 대충 써서 워해머 XP에 올린 팬픽이다. 장편은 근성이 딸려 못쓰고 이런거나 깨작대야지.
키메라가 몰고온 북부의 바람이 차다.
야포의 포격에 의해 생성된 자연참호 안에서 동료의 시체를 옮기던 병사가 어께를 움추렸다. 그의 파랗게
질린 입술에서는 연신 흰 숨결이 새어나왔다.
"보고하게, 서전트."
서전트는 고개를 들었다. 그가 소속된 연대의 커미사르였다. 키메라를 타고 온 것일까.
"엘다의 공격으로 인해 소대원들은 거의 다 전사하였습니다-"
말을 멈춘다. 가슴에서 약간의 통증이 느껴진다. 이번의 전투로 전사한 이들중에는 그가 이른바 '아버지'
행세를 하던 녀석 또한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감정을 내놓을 수는 없다. 그가 존경해 마지않는 커미사르는
엄격한 인물이니까. 그는 작은 기계를 꺼내들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작은 지도가 화상으로 생성되었다.
서전트는 그 간이 전략지도의 붉은 점중 하나에 손을 대며 말을 이었다.
"이곳, K-14 지점의 요충지가 적에게 점령당하였습니다. 적들은 요충지점에 다량의 서포트 플랫폼을 워프
시킨것으로 판단됩니다. 엘다의 최전방 웹웨이 게이트를 파괴한다면 그들을 잠시 위축시킬수 있을것 같습
니다만, 현 시점에서는 작전을 수행할 병력이 없습니다."
답변이 없다. 고개를 든 그는 커미사르가 참호를 살피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 또한 그 방어시설이라고 칭
하기도 민망한 임시 참호를 둘러보았다. 둔덕 위에 엉성하게 설치된 모래주머니 벽은 엘다의 공격으로 라스
캐논에 피격당한 전차마냥 위태로운 모습이였다. 그 모래주머니에 의지하여 엘다의 공세를 막아낸 명예로
운 가드맨들의 모습은 그들이 받아야할 칭호엔 어울리지 않게도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사지가 멀쩡한 그같
은 병사가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이다. 한 가드맨은 난전중에 절단되었음이 분명한 그의 손목을 들고 있
었다. 라스건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져 있다. 무기의 흠집 하나에도 목을 메는 테크프리스트들이 그
광경을 본다면 그는 두부에 숨구멍이 하나 새로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의 멀쩡한쪽 어께에 기대어 숨
을 몰아쉬고있는 병사의 몰골은 더욱 심했다. 팔 한쪽이 팔꿈치 밑에서부터 뭉개진듯 절단부는 그 모습을
알아볼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는 그 절단면에 붕대를 감으려 하고있었는데, 어설프게 겨우 감기기 시작한
붕대 사이로 팔뼈가 비죽이 튀어나와 있었다.
"한심하지 않나?"
"예?"
잠시 넋을 놓고있던 서전트는 커미사르의 질문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커미사르는 재차 질문하였다.
"한심하지 않나? 제국의 영광을 위해 싸운다곤 하지만 우리는 저기 나부러져있는 영예로운 죽음에 천 한장
덮어줄 여력조차 없지 않은가. 정녕 우리는 이 죽음밖에 없는 행성에서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건가?"
서전트는 당황하였다. 그가 알고있는 커미사르는 이런 말을 할 인물이 아니였다. 그가 알고있는 그 누구보다
도 제국에 대한 충성심이 뛰어나던 그를 이렇게 만든 전투는 대체 무엇일까?
서전트는 그제서야 커미사르가 장교의 코트를 입고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바보같은 노릇이다.
"커미사르님. 코트는 어쩌셨습니까?"
커미사르는 서전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실언을 하였습니다."
커미사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것은 그의 착각이였을까?
"오는 길에 병사 하나를 봤네. 하늘에선 눈이 내리는데 녀석은 바닥에 엎어져서 징징 울고 있더군. 녀석에게
덮어주고 왔어. 총은 틀림없이 옆에 꽂아 두었으니 좋은 새 집이 되었겠지."
이번엔 서전트의 차례였다. 서전트의 눈을 마주보던 커미사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영혼이 밀려나올 듯한 깊은
한숨이였다.
"바보같은 소리야. 그가 내일의 일출을 보지 못하게 된것은 분명 내 탓일 터인데. 이럴것이 아니라 엘다놈
하나라도 더 죽이는것이 도움되었을까."
"아닙니다. 그 병사는 분명 홀리 테라에서 황제 폐하를 수호하면서도 그 일을 기억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커미사르가 입을 열려 한다. 서전트는 그의 말을 듣고싶지 않았다. 그가 존경해 마지않는 당당한 커미사르는
이번 전투에서 어디로 간것일까?
기계음 섞인 칙칙한 목소리가 커미사르의 입을 막았다.
"-기는 W-22 전략지점! 엘다들이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보병 이외에도 엘다의 스키머 수송 차량이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지원을 요청합니다!"
서전트는 커미사르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는 그 모습을 보며 서전트에게 지나가듯 말을 건네었다.
"소대원을 추슬러 키메라에 탑승시키게. W-22지점으로 이동하세."
서전트는 고개를 홱 돌렸다. 커미사르는 어느새 그가 존경하던 그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이곳 또한 중요한 거점입니다. 비워 둘수는-"
"-없겠지. 하지만 자네의 그 병력으로는 더이상 이곳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 하였네. 차라리 W-22에서 다른
소대를 돕게. 이곳은 다른 소대가 담당케 될 것일세."